이 글은
- 실험 기록 연재의 0편, 프롤로그다. 결과는 없고, 실험이 돌아갈 환경과 앞으로 할 일을 소개한다.
- 환경은 넷이다. 계산기, 라이브 1배속, 6배속 봇 세계, GPU 시뮬레이터. 봇이 돌아다니는 지도도 같이 소개한다.
- 앞으로 나올 글은 대부분 “같은 걸 다른 환경에서 돌리면 결과가 같을까?“를 묻는다. 그래서 환경부터 정리해 둔다.
그 시절 리니지
1.44, 2.7, 3.1. 버전 숫자만 들어도 그때 화면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거다. 나는 3.1까지 했는데, 진짜 낭만 있게 했던 건 다크엘프가 나오던 2.7까지였다.
그때 리니지는 지금처럼 과금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아니었다. 한 달 계정비만 내면 끝, 과금 프리나 다름없었다. 장비는 사냥해서 맞추고 레벨은 시간을 갈아서 올렸다. 그래서 다들 궁금한 게 비슷했다.
- 이 무기가 진짜 저 무기보다 센가?
- AC를 더 올리면 정말 덜 맞나? 어디까지 올려야 의미가 있나?
- 지금 내 레벨이랑 장비로 어디서 사냥해야 제일 빨리 크나?
답은 다 감이었다. 게시판에서 누가 그렇다더라, 친구가 해 보니 좋더라. 그 궁금증을 이제 와서 직접 풀어 보는 게 이 블로그다. 추억 반, 궁금증 반이다.
처음엔 계산기였다
시작은 데미지 공식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옛날 리니지 공식이랑 수치를 모아서 직접 계산해 봤다. 명중, 데미지, AC, 강화. 숫자를 넣으면 한 대에 평균 얼마가 들어가는지 나오는 계산기다.
궁금한 걸 하나 풀면 그다음 궁금한 게 생겼다. 그리고 계산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이 점점 늘어났다.
- 계산기는 한 대를 알려 준다. 그런데 사냥은 한 대가 아니다.
- 몬스터를 찾아 걷고, 물약을 빨고, 위험하면 도망가고, 가끔 눕는다.
- “그래서 이 장비로 이 사냥터에서 한 시간에 얼마 버나?“는 계산기로 안 나온다.
요즘은 AI가 대세니까
마침 요즘은 AI가 대세다. 그럼 계산 대신 AI 봇을 직접 사냥시켜 보면 되지 않을까?
공개 자료로 2.7 시절 동작을 따라 만든 재현 환경을 꾸리고, 거기에 봇들을 넣었다. 봇은 사람처럼 한 명씩 접속해서 걸어 다니며 사냥하고, 물약 먹고, 귀환하고, 레벨 업 하면 스탯을 찍는다. 사냥터 고르는 법, 물약 먹는 타이밍 같은 판단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시켰다. 잘 큰 봇의 기준을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방식이다.
이게 라이브 1배속 환경이다. 시간이 실제 시간 그대로 흐른다. 그 시절 우리가 하던 것과 똑같은 속도다.
봇이 사는 지도
봇이 돌아다니는 지도도 2.7 시절 지도를 따라 만들었다. 말하는 섬, 본토 들판과 마을, 층층이 이어진 던전까지 지도가 550장 넘게 있고, 출입구 1,500개 가까이가 지도와 지도를 잇는다.
예로 말하는 섬 던전 1층을 직접 그려 봤다. 말하는 섬에서 시작했다면 거의 다 들어가 봤을 던전이다.

층 전체다. 빨간 점 하나가 몬스터 한 마리다. 해골, 좀비, 구울, 슬라임, 괴물 눈, 스파토이, 장로까지 8종 233마리가 층 곳곳에서 나온다. 나오는 자리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그때그때 달라서, 그림 속 위치는 한 번 뽑아 본 예다.
노란 줄은 입구에서 2층 계단까지 제일 짧은 길이다. 벽이 없으면 75걸음이면 갈 거리를, 미로를 따라 435걸음 걸어야 한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지도는 이렇게 생겼다.

- 칸. 지도는 칸으로 나뉘어 있다. 봇도 사람도 한 걸음에 한 칸, 여덟 방향으로 움직인다.
- 벽. 칸마다 어느 쪽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 정해져 있다. 벽 너머가 코앞이어도 돌아가야 한다.
- 출입구. 밟으면 다른 지도로 넘어간다. 이 층에는 말하는 섬으로 나가는 입구와 2층 계단, 두 개가 있다.
- 몬스터.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나오고, 이 층에선 잡으면 1~2분 뒤 다시 나온다. 재현 환경 전체로 보면 900종이 넘는 몬스터 2만 7천 마리가 이렇게 나오고, 대부분 1~2분이면 다시 나온다.
봇은 사람처럼 이 칸을 한 칸씩 걷는다. 몬스터를 찾아 미로를 돌고, 물약이 떨어지면 입구까지 길을 찾아 나간다. 계산기가 못 하던 “걷고, 찾고, 도망가는” 부분이 바로 이 지도 위에서 일어난다. 라이브 1배속과 뒤에 나올 6배속 봇 세계는 같은 지도를 쓴다.
그림의 지도는 재현 환경 지도를 직접 그린 거고, 캐릭터와 몬스터는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된(CC0) 도트 에셋이다. 그래서 생김새는 그 시절과 다르다.
꼭 1배속이어야 하나
라이브 1배속의 문제는 너무 느리다는 거였다. 봇 한 세대를 평가하려면 몇 시간씩 돌려야 했다. 게다가 같은 조건으로 두 번 돌려도 결과가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운이 크게 작용하니 여러 번 돌려 봐야 하는데, 한 번에 몇 시간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사람이 안 들어오는 봇 전용 세계면, 시간을 꼭 실제 속도로 흘려야 하나?
봇만 사는 세계를 따로 하나 더 만들고 시계를 빠르게 돌렸다. 다만 빠르게만 돌리면 안 된다. 빨리 돌린 세계의 결과가 1배속과 다르면 의미가 없다. 같은 봇들을 속도만 바꿔서 돌려 비교했다.
| 속도 | 1배속과 비교 |
|---|---|
| 4배속 | 1배속이랑 같았다 |
| 6배속 | 중간값이 그대로고, 봇 순위도 거의 같았다 |
| 8배속 | 경험치가 30% 가까이 줄었다. 서버가 못 따라왔다 |
그래서 6배속으로 정했다. 봇 45명이 6배속으로 사냥하니, 실제 1시간에 게임 시간 270시간어치 사냥 기록이 쌓인다. 봇 진화는 이제 여기서 돌린다.
6배속을 하고 나니 GPU가 보였다
6배속 세계를 돌리다 보니 기록이 엄청 쌓였다. 어느 사냥터에서, 몇 레벨이, 어떤 장비로, 몇 마리 잡고 몇 번 죽었는지. 그걸 보다가 또 욕심이 났다.
6배속도 결국 서버 하나에 봇 45명이다. 요즘 AI 학습은 GPU 위에서 수천, 수만 판을 한꺼번에 돌린다. 이 공식이랑 기록이면 우리도 진짜 AI 학습처럼 GPU에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냥을 GPU로 옮기기 시작했다. 기사 한 명이 표 한 줄이고, 수만 줄을 한꺼번에 0.25초씩 진행시킨다. 그래픽카드 한 장이 봇 사냥 시간 3만 시간어치를 40초에 돌린다.

로그 눈금이다. 칸 하나가 10배다. 라이브와 GPU는 10만 배 넘게 차이 난다.
다만 빠른 것과 맞는 것은 다른 얘기다. GPU 속 사냥이 실제 사냥이랑 얼마나 같은지는 직접 보내 보기 전엔 모른다. 그걸 확인하는 게 이 연재의 절반이다.
지금은 이렇게 나눠 쓴다
환경이 넷으로 늘었다. 각자 잘하는 게 다르다.
| 환경 | 속도 | 잘하는 것 | 못하는 것 |
|---|---|---|---|
| 계산기 | 즉시 | 한 대 데미지, 명중률, AC 효과 | 걷고, 찾고, 도망가는 사냥 전체 |
| GPU 시뮬레이터 | 40초에 3만 시간 | 수천 가지 조합을 한꺼번에 훑어보기, AI 학습 | 접속 지연, 봇이 실제로 하는 실수 |
| 6배속 봇 세계 | 실제 1시간에 270시간 | 봇을 진짜로 사냥시켜서 확인하기, 진화 | 사람이 들어가서 보기 |
| 라이브 1배속 | 실제 시간 그대로 | 사람이랑 같은 세계에서 마지막 확인, 파티 | 느리다 |
순서로 보면 이렇다.
- GPU에서 넓게 훑고 학습해서 후보를 고른다.
- 6배속에서 봇을 실제로 보내 정말 그런지 확인한다.
- 통과한 것은 라이브 1배속에서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돌린다.
로봇 하는 사람들은 이걸 Sim-to-Real Gap이라고 부른다. 시뮬레이션(Sim)에서 배운 게 실제(Real)에서 어긋나는 틈(Gap)이다. 시뮬레이션에서 잘 걷던 로봇이 진짜 바닥에선 넘어지는 것처럼, GPU에서 배운 봇도 재현 환경에선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연재 제목이 “Sim-to-Real Gap 겪어 보기"인 이유다. 단계와 단계 사이에서 뭐가 어긋나는지 하나씩 들여다본다.
앞으로 할 일
직업별로, 실제로 해 본 순서대로 간다.
- 기사. 첫 타자다. 칼질하고, 물약 빨고, 위험하면 텔 타고. 할 일이 제일 적어서 AI한테 처음 가르치기 딱이다. 세 편으로 쓴다.
- 봇 사냥 기록으로 GPU가 매긴 사냥터 점수를, 6배속 봇 절반에게만 줘 보면?
- GPU 시뮬레이터에게 1레벨부터 50레벨까지 가는 길을 물어보면?
- 돈 한 푼 없이 1아데나로 시작하면 AI는 뭘 사고 어디로 갈까?
- 요정. 라이브 1배속에서 1레벨부터 키운다. 활 요정, 검 요정, 그리고 땅·물·불·바람 네 속성 정령 마법까지.
- 법사. 스탯 빌드를 여러 가지로 나눠 키워 보고, 그 시절 로망이던 턴 언데드 법사를 GPU에서 훈련시켜 라이브에 풀어 본다.
- 기사 + 쫄법사 파티. 혼자 사냥하던 둘이 같이 다니면 뭐가 달라질까.
사이사이에는 What if를 끼운다. “그 시절 리니지에 이게 있었다면?” 싶은 기능을 재현 환경에 직접 넣어 보는 글이다.
전부 AI(Claude)랑 대화하면서 하고 있다. 계산기부터 GPU 시뮬레이터까지, 그리고 이 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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