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 기사 봇 사냥 기록에 맞춰 GPU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1→50 가는 길을 AI한테 물었다.
  • AI가 고른 명당은 2.7엔 없던 사막, 그리고 직접 가 보니 한 시간에 경험치가 114만 줄어드는 들판이었다.
  • 기록에 맞추는 걸 그만두고 게임 규칙만 옮겼더니, 이번엔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봇이 틀린 곳이 보였다.

실험 노트

항목내용
질문봇 사냥 기록에 맞춘 GPU 시뮬레이터로 1→50 루트를 짜면, 현실에서도 통할까?
가설실제 기록으로 맞춘 값이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경학습: GPU 시뮬레이터 / 검증: 재현 환경(2.7 시절 기준) 시험 봇
비교GPU 예측 vs 봇 기록 vs 직접 보낸 시험 봇
지표시간당 경험치, 사망, 1→50 걸린 시간(게임 시간)
진행2-1 시뮬레이터 정확도 → 2-2 1→50 학습 → 2-3 현장 확인 → 2-4 규칙만 옮긴 세계 → 2-5 반전

지난 편까지

지난 편에서 GPU가 매긴 사냥터 점수를 기사 봇 절반한테 줬더니, 3세대 9번 비교에서 9번 다 원래 방식보다 경험치가 높았다.

그런데 그 점수표는 봇들이 실제로 사냥해 본 곳만 알았다. 1레벨부터 50레벨까지 가는 길을 통째로 배우려면 안 가 본 사냥터도 계산할 수 있어야 했다. 재현 환경은 6배속이어도 봇이 한 칸씩 걸어서 사냥하니, 그걸 다 돌려 보기엔 턱없이 느렸다.

실험 2-1. 기록에 맞춘 GPU 시뮬레이터, 얼마나 맞나

봇들이 남긴 사냥 기록이 2만 5천 구간 넘게 쌓여 있었다. 이걸로 사냥터마다 “몹을 찾는 데 몇 초 걸리나”, “옆에서 선공몹이 얼마나 끼어드나” 같은 값을 맞춰서 GPU에 옮겼다. 전투는 명중, 데미지 같은 판정 공식을 그대로 쓰고, 공식으로 안 나오는 부분만 기록으로 맞췄다. 211개 사냥터를 이렇게 맞췄다.

속도는 0편에서 말한 그대로다. 그래픽카드 한 장이 봇 2만~4만 5천 시간 분량의 사냥을 40초 만에 계산했다. 6배속 봇 세계로는 몇 달 걸릴 분량이다.

정확도는 맞출 때 안 쓴 세대 하나를 따로 떼어 두고 검사했다. 숫자는 예측과 실제가 같이 움직이는 정도(상관계수)다. 1이면 완벽, 0이면 아무 관계 없음이다.

무엇을 맞혔나맞힌 정도
시간당 잡은 몹 수0.82
시간당 경험치0.67
시간당 사망0.42

몹 수는 꽤 맞혔고, 사망은 잘 못 맞혔다. 시뮬레이터 속 기사가 실제보다 두 배쯤 많이 죽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쓸 만하다 싶었다. 이 판단이 틀렸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이 검사는 기록이 있는 사냥터에서만 한 거였다.

실험 2-2. AI한테 1→50 가는 길을 물었다

이제 진짜 궁금했던 걸 시켰다. 1레벨 기사가 50레벨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다. 어느 레벨에 어느 사냥터에 가고, 무기는 언제 몇까지 바르고, 방어구는 언제 맞추나. 이 판단을 AI가 직접 배우게 했다. 한 세대에 512명씩, 200세대 넘게 GPU 안에서 진화시켰다.

1→50 걸린 시간 (중간값)
내가 짠 최선 (+9 레이피어, 6셋)9.7시간
AI가 배운 길8.3시간

AI는 레이피어를 골랐고, 무기는 +7~8에서 멈췄고, 방어구는 +5까지만 발랐다. 35레벨부터는 해적섬 던전 3층에 눌러앉았다. 여기까진 그 시절 고수 루트랑 비슷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지막 48→50 구간을 보니 테베 사막에 가 있었다.

테베 사막은 2.7 시절엔 없던 동네다. 재현 환경에 지도만 반쯤 남아 있었고, 가는 길도 몬스터도 제대로 안 깔려 있었다. 기록이 거의 없으니 시뮬레이터가 대충 짐작한 값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 짐작이 하필 좋게 나와 있었던 거다. AI는 그걸 귀신같이 찾아냈다.

사막을 빼고 다시 돌렸다. 8.8시간. 여전히 내 루트(9.3시간)보다 빨랐다. 그런데 이번엔 49→50 구간에 본토의 25레벨짜리 들판을 골랐다. 49레벨 기사가 25레벨 사냥터라니.

실험 2-3. 현장 확인: 직접 보내 봤다

시뮬레이터 표에는 그 들판이 49레벨 기준 시간당 692만이라고 돼 있었다. 그 레벨 기록이 거의 없어서 다른 레벨 값으로 대충 메워 둔 칸이었다. 봇 기록을 다시 보니 227만이었다.

49레벨 시험 봇을 AI가 고른 장비 그대로 그 들판에 보냈다.

시간당 경험치사망
GPU 표+692만-
봇 기록+227만-
직접 보내 본 결과 (65분)−114만2번

GPU 표가 말한 값과 실제 값 비교

경험치가 늘기는커녕 줄었다. 65분 동안 두 번 죽어서 깎인 경험치가 번 것보다 많았다.

다른 칸도 확인해 봤다.

  • 해적섬 던전 3층을 낮은 레벨로 보내 보니 35레벨에선 표의 절반, 23레벨에선 4분의 1밖에 안 나왔다.
  • 사냥터 추천 상위권은 지금 최고 기록(시간당 710만)의 3배씩 나왔는데, 하나같이 기록이 몇 분짜리인 곳이었다.
  • 정리하면, 봇이 실제로 사냥해 본 적 없는 칸은 표가 2.5~5배쯤 부풀려져 있었다.

해석: AI는 시뮬레이터의 제일 약한 곳부터 찌른다

가설은 틀렸다. 이유는 하나다. 기록에 맞춘 시뮬레이터는 기록이 있는 곳에서만 맞는다.

기록이 많은 사냥터는 값이 정확하다. 기록이 몇 분밖에 없는 사냥터는 값이 들쭉날쭉하다. 어떤 곳은 실제보다 낮게, 어떤 곳은 높게 잡힌다. 문제는 AI가 “제일 좋은 곳"을 찾는 놈이라는 거다. 들쭉날쭉한 값 중에 제일 부풀려진 칸이 제일 좋아 보이니까, AI는 정확히 거기로 간다.

실험 2-1의 정확도 검사가 이걸 못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검사를 기록이 있는 곳에서만 했으니, 기록이 없는 곳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애초에 볼 수가 없었다.

옛날로 치면 “거기 대박이래” 소문만 듣고 갔다가 몹 소굴에서 누운 거다. 소문은 대개 한두 번 운 좋았던 사람한테서 나온다.

실험 2-4. 규칙만 옮긴 GPU 세계

그래서 갈아엎었다. 원칙을 하나 세웠다.

결과에 맞춰 숫자를 고치지 않는다. 게임 규칙만 옮긴다.

명중률, 데미지 공식, 몬스터가 쫓아오는 방식, 리스폰 시간, 물약 회복량, 무게, 마을 왕복 같은 규칙을 하나씩 옮겨 적고, 재현 환경 판정이랑 한 줄씩 대조했다. “이 사냥터는 몹 찾는 데 31초” 같은 맞춤값은 다 뺐다. 몹 찾는 시간은 지도와 스폰 위치에서 저절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맞춤값 없이 돌린 결과를 봇 기록이랑 비교했다.

규칙만 옮긴 GPU 세계와 봇 기록 비교

사냥터 (46레벨 이상, 이동 포함)봇 기록규칙 세계차이
해적섬 던전 3층463만499만+8%
해적섬 던전 2층312만245만−21%
지저호수262만247만−6%

아무 숫자도 맞추지 않았는데 이 정도다. 무엇보다 이제 기록이 없는 사냥터도 같은 규칙으로 계산한다. 그 동네만 부풀려질 이유가 없다. 오만의 탑 41층은 규칙 세계에서 적자로 나왔는데, 실제 봇을 보내 보니 시간당 20번 죽었다. 결론이 같았다.

이 세계에서 AI 기사를 다시 키웠다. 네 개 사냥터 평균이 시간당 299만에서 476만으로 올랐다. 재밌는 건 물약이다. 해적섬 던전 3층에서 시간당 867병 빨던 게 507병으로 줄었다. 아끼라고 가르친 적은 없다. 물약값까지 계산에 넣었더니 알아서 아꼈다.

실험 2-5. 반전: 이번엔 봇이 틀렸다

규칙 세계를 돌리다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오만의 탑 31·32층이다.

시간당 경험치
규칙 세계450~500만
실제 봇5~44만

열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처음엔 당연히 시뮬레이터를 의심했다. 그런데 파 보니 틀린 건 봇이었다. 오만의 탑 31·32층은 미로 같은 층이라 몹이 넓게 흩어져 있는데, 봇은 사냥 지점 근처만 맴돌면서 몹을 찾고 있었다. 길은 다 이어져 있었다. 그냥 안 찾아간 거다.

그래서 봇에 순간이동 사냥을 넣었다. 던전에서 몇 초 동안 몹이 안 보이면 텔을 타고 다른 자리로 옮기는 거다. 옛날에 다들 하던 그 텔 사냥이다.

Sim-to-Real Gap이 보이면 시뮬레이터만 의심하면 안 된다. 현실 쪽(여기선 봇)이 바보짓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규칙만 옮긴 시뮬레이터는 그걸 비춰 주는 거울 노릇도 한다.

한계와 남은 질문

  • 현장 확인은 한 번씩이다. 들판은 시험 봇 하나로 65분 돌린 결과다. 방향(마이너스)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더 돌려 봐야 안다.
  • 규칙 세계 검증은 사냥터 세 곳뿐이다. 그중 해적섬 던전 2층은 21%나 낮게 나왔고, 이유는 아직 못 찾았다.
  • 규칙도 전부 옮긴 건 아니다. 밤에 언데드가 세지는 것처럼 아직 빠진 규칙이 있고, 평균값으로 대신한 것도 있다. 규칙마다 원본이랑 같은지 표로 따로 관리하고 있다.
  • 텔 사냥의 효과는 아직 숫자로 못 쟀다. 오만의 탑 31·32층에서 봇이 규칙 세계만큼 버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다음 실험

이제 규칙만 옮긴 세계가 생겼다. 그래서 제일 해 보고 싶던 걸 해 봤다. 상점 물건 값을 전부 1아데나로 바꾸고, 무기는 뭘 사고 어디까지 바르고 무슨 변신을 하는지 전부 AI한테 맡겼다. 돈 걱정이 없으면, 봇들이 적자 보던 사냥터도 뚫을 수 있을까?

③ 모든 물건이 1아데나가 되자, AI 기사는 강화에만 752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이 실험은 전부 AI(Claude)랑 대화하면서 하고 있다. 시뮬레이터 코드, 학습 스크립트, 로그 분석, 봇 수정까지 다. 웃긴 건, AI가 같이 만든 시뮬레이터의 빈틈을 학습하는 AI가 찾아냈다는 거다. 사막이랑 마이너스 들판은 사람이 표를 들여다봤으면 한참 걸렸을 거다.